"공익활동, 계속할 수 있을까?"...동행, 2025 공익활동가 지속가능지수 발표

전국 공익활동가가 953명 대상 조사...급여·건강은 개선, 활동가 정체성과 활동 만족도는 하락
세대·업무·조합원 여부에 따라 인식차 뚜렷...“획일적 지원 대신 맞춤형 접근 고민해야”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지리산이음에 모인 활동가들 모습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공익활동가들은 자신의 활동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 11일, ‘2025 공익활동가 지속가능지수’(이하 지속가능지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공익활동가 총 95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2021년에 처음 시행된 동일 조사 이후 4년 만이다.

조사 결과, 전체 종합지수는 65.4점으로 4년 전 64.6점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세부 항목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됐다. 급여와 건강 등 현실적 처우에 대한 만족도는 소폭 상승한 반면, 활동가 정체성과 활동 자체에 대한 만족도, 동료관계 등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세대, 주요 업무 유형, 동행 조합원 여부에 따라 인식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며 공익활동 현장의 복잡한 현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동행에서 지수연구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강필준 활동가는 "이번 조사가 통계적으로 전체 공익활동가 집단을 완전히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2021년에 이어 4년 만에 진행된 조사를 통해 활동가들의 인식과 환경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는 가늠할 수 있고, 이러한 변화 추이를 바탕으로, 활동가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과 제도적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처우는 개선, 보람은 하락...엇갈린 지속가능성 지표

이번 조사는 ▲조직문화 ▲활동 만족도 ▲학습과 쉼 ▲역량 ▲활동가 정체성 ▲동료관계 ▲급여 ▲건강 ▲역할 만족도 등 9개 영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처우는 개선된 반면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내적 동력은 오히려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익활동가들의 '급여' 만족도는 2021년 2.91점에서 2025년 3.19점으로 소폭 상승했다. '건강' 만족도 역시 같은 기간 2.90점에서 3.18점으로 개선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공익활동가들의 기본적인 생계 및 건강 관련 환경이 4년 전에 비해 다소 나아졌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풀이된다.

반면, 활동가들에게 활동의 의미를 찾게 해주던 내적 기반은 흔들리고 있었다. '활동가 정체성'은 2021년 4.11점에서 3.93점으로 0.18점 하락했고, ‘활동 만족도’는 3.82점에서 3.75점으로, '동료관계'는 4.03점에서 3.81점으로 떨어지는 등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활동가 정체성'은 모든 세부 문항에서 2021년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해 눈에 띄는 결과를 보였다.

연구책임자인 이형진 전 성공회대 교수는 "전체 지수는 소폭 상승했으나, 지수를 구성하는 주요 요인들의 인식 변화가 상반되게 나타난 것은 공익활동가들이 체감하는 현실이 복합적임을 시사한다"며, "특히 중요하게 인식되었던 '활동 만족도'와 '활동가 정체성'의 감소는 향후 활동가 정책 및 시민사회 역량 강화 방안 마련 시 심도 있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세대·업무·조합원 여부 따라 갈린 ‘만족’의 온도차

세대, 주요 활동 유형, 동행 조합원 여부에 따라서도 세부 지표에 대한 인식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세대별로는 X세대(1964년~1979년생)의 ‘급여’ 만족도가 2.99점(2025년)에 그친 반면, 같은 기간 Y세대(1980년~1990년대 중반 출생)와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는 각각 3.27점과 3.31점을 기록하며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보였다. 반면 ‘활동가 정체성’은 X세대가 4.20점(2025년)으로, 같은 기간 Y세대(3.80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업무 유형별로는 2025년 기준, 정책 생산 등 ‘의제 활동’ 그룹이 사회복지 등 ‘서비스 전달’ 그룹보다 여러 면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특히 ‘활동가 정체성’(평균 0.38점 차이)과 ‘동료관계’(평균 0.47점 차이)를 포함한 6개 항목(▲조직문화 ▲활동 만족도 ▲역량 ▲활동가 정체성 ▲동료관계 ▲역할 만족도)에서 더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동행 조합원 여부에 따른 차이도 뚜렷했다. 같은 기간 ‘동료관계’와 ‘활동가 정체성’ 등 관계 중심 지표는 조합원이 비조합원보다 각각 0.67점, 0.53점 더 높았지만, ‘급여’와 ‘건강’ 등 현실적 만족도는 비조합원이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은 동행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질적 지원을 넘어, 사회적 인정과 관계망이 필요해...단 획일적으로 접근하지 않을 것"

여진 동행 사업처장은 이번 결과에 대해 "물질적 도움을 넘어서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특히 하락세를 보인 ‘활동가 정체성’과 ‘활동 만족도’를 회복하기 위해, 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지지하는 공론장을 형성하며, 대시민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사회적 인정’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동료관계’ 만족도의 하락과 조합원-비조합원 간 인식 차이에 대해서도, "활동가들이 서로 지지하고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안정적인 커뮤니티와 네트워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조사 이후의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세부적인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다만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지속가능성 지원 정책은 획일적인 방식이 아닌, 세대·업무·소속 등 활동가 집단의 구체적인 현실과 욕구를 반영한 맞춤형 설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공익활동가의 지속가능한 삶과 활동에 관심을 갖고 연구자들과 함께 세부적인 계획을 만들 수 있도록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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